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국세청이 유령업체를 동원해 산불 피해 복구사업 입찰에 반복적으로 참여한 혐의를 받는 산림사업 업체 10곳을 상대로 2026년 9월 3일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 업체들이 내세운 유령업체는 41개다. 국세청이 파악한 전체 탈루 혐의 금액은 약 700억원으로,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실제 추징 규모와 처벌 여부가 결정된다.
국세청은 최근 6년간 조달청 입찰공고에서 산불 피해 복구사업에 참여한 5331개 업체를 추려냈다. 이 가운데 낙찰금액 합계가 10억원 이상인 138개 업체의 거래 내역과 사업자 정보를 분석해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와 가공원가 계상 혐의가 뚜렷하다고 판단한 10개 업체를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 업체는 유령업체를 앞세워 산불 피해 복구사업 입찰에 6500여 회 참여하고 260여 회에 걸쳐 약 230억원 규모의 공사를 낙찰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역 중소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지역 제한 입찰에 참여하려고 사업장을 여러 차례 옮긴 정황도 확인됐다. 한 업체는 5년 동안 사업장 주소를 16차례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이 지목한 탈루 수법은 크게 세 갈래다. 유령업체 사이에 실제 거래가 없는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아 입찰에 필요한 사업실적을 만든 혐의, 낙찰업체와 실제 용역 제공자를 다르게 기재해 소득을 분산한 혐의, 지출하지 않은 인건비와 잡비를 원가로 넣어 소득을 줄인 혐의다. 산림사업에 필요한 기술자를 고용하지 않고 자격증 대여 대가를 급여로 처리한 정황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경북 지역에서 사업한 한 사주는 관계 업체 6개를 동원해 충남과 충북, 전북 등으로 사업장을 옮기며 복구공사 입찰에 약 300회 참여해 20여 회 낙찰받은 혐의를 받는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실제 근무하지 않은 배우자 등에게 급여 명목으로 약 10억원의 법인자금이 빠져나가고, 일용근로자 근무 기록을 중복해 약 10억원의 가공원가가 계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 지역의 또 다른 사주도 업체 6개를 동원해 약 200회 입찰하고 20여 회 낙찰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관계 업체 사이에서 약 20억원의 거짓 세금계산서가 오가고 약 30억원의 가공원가가 반영된 정황이 포착됐다. 법인카드로 고가 시계를 사는 등 수억원을 사적으로 쓰고, 별다른 소득이 확인되지 않은 배우자가 약 2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한 부분도 자금출처 조사 대상이다.
낙찰액 약 230억원보다 탈루 혐의액 약 700억원이 큰 이유는 관계 업체들이 거짓 세금계산서를 서로 주고받으면 같은 거래가 복수 업체의 혐의 금액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국세청 설명이다. 따라서 700억원을 확정된 탈세액이나 피해액으로 볼 수는 없다.
국세청은 계좌 조회 등을 통해 실제 거래와 자금 흐름을 확인하고 사주 일가가 형성한 재산의 출처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조세범죄 요건이 확인되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른 조치도 추진한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의혹을 받는 업체별 세액을 확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불 복구 예산이 유령업체의 입찰 경쟁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지역 제한 입찰의 허점을 함께 보완할 수 있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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