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이 대한민국 법에 따라 출생등록을 할 수 있도록 아무런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 8월 27일 사건번호 2022헌마255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입법부작위의 위헌을 확인했다. 국회에는 국적이나 부모의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국내 출생 사실을 기록할 수 있는 법률을 마련할 의무가 생겼다.
사건은 베트남 국적 부모 사이에서 2019년 4월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의 청구로 시작됐다. 부모는 비전문취업 체류자격으로 입국한 뒤 허용된 기간을 넘겨 미등록 상태가 됐다. 아이는 현행 국내법에 따른 출생등록을 하지 못했고, 이듬해인 2020년 3월 베트남법에 따라 출생등록을 마쳤다. 아동과 아버지는 국내 출생 외국인의 출생등록 절차를 두지 않은 법적 공백 등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2022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제도는 대한민국 국민의 출생과 혼인, 사망 등을 기록하는 구조다. 외국인등록제도도 본국에서 출생등록과 국적 확인을 마친 뒤 진행되는 절차여서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의 출생 사실을 즉시 기록하는 제도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것이 헌재 판단이다. 특히 부모가 미등록 체류자이거나 본국 공관을 통한 신고가 어려우면 아이가 국내 공적 기록에서 빠질 수 있다.
헌재는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아동의 출생 정보를 국가가 가능한 한 빠르게 관리하고 증명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독자적 기본권으로 봤다. 아이는 출생 장소나 부모, 국적을 선택할 수 없으므로 내국인인지 외국인인지에 따라 보호 여부를 달리할 수 없다는 취지다. 출생 사실이 기록되지 않으면 학대나 유기, 범죄에 노출됐을 때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고 의료와 보육 등 기본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번 결정이 외국인 아동에게 대한민국 국적이나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헌재도 보편적 출생등록과 국적 취득은 별개의 문제라고 구분했다. 핵심은 어느 국적을 부여할지가 아니라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의 존재와 출생 사실을 국가가 공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려면 등록 기관과 신청 기한, 확인 서류뿐 아니라 미등록 외국인 부모가 단속을 우려하지 않고 절차에 접근할 수 있는 보호장치도 정해야 한다. 헌재는 체류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등록이 막히거나 출생등록이 출입국 단속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현실적인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관련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교육기본법 조항만으로 기본권 침해가 직접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고, 현행 시행령도 미등록 외국인 아동의 입학과 전학 신청 자체를 제한하는 규정은 아니라며 각하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의 직접적인 범위는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에 관한 입법 공백이다.
결정만으로 일선 행정기관에 새로운 신청 절차가 즉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등록 창구와 증명서의 효력, 개인정보가 출입국 행정에 전달되는 범위 등은 후속 입법에서 구체화해야 한다. 국회가 위헌으로 확인된 공백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메울지가 국내 출생 외국인 아동의 권리를 현실에서 보장할 다음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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