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3%를 넘어 약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와 주요국 재정확대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고금리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4~5%대에 머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한국의 가계대출과 취약 업종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9월 30일 현지시간 장중 5.306%까지 상승했다. 30년물 금리도 5.65% 안팎까지 올라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10년물 금리는 3%를 넘어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고, 국내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도 각각 4.119%, 4.539%까지 뛰었다.

금리 상승의 배경으로는 미국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주요국의 재정적자 확대가 거론된다. 정부와 기업이 제한된 자금을 놓고 경쟁하면서 시장이 요구하는 장기자금의 가격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공급 충격이 물가와 임금,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상황도 중앙은행의 금리 대응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AI 관련 투자가 확대되면서 빅테크 기업의 차입과 부외부채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AI 인프라에 이미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만큼, 투자 수익이 실제 매출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금리와 금융시장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한국 경제에서는 반도체와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반면 건설, 내수, 자영업, 중소기업과 취약 차주의 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다. 9월 한국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83.5% 증가한 1209억4000만달러로 월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반도체 수출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해 수출 호황이 고용과 내수로 확산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가계신용 잔액은 올해 2분기 말 2019조8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8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66%로 넉 달 연속 상승해 약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 이자비용 증가와 연체, 부실 확대, 대출 문턱 상승, 투자와 소비 위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기준금리를 2.5%에서 3%로 두 차례 연속 인상했으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이후 정책금리를 낮추더라도 정부와 민간이 동시에 자금을 끌어 쓰는 구조와 저금리 국채의 차환 부담 때문에 장기금리가 과거 수준으로 쉽게 돌아가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