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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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자녀의 비만은 단순히 유전자의 문제일까? 최근 영국의 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아이의 체중과 식습관에 있어 엄마의 영향력이 아빠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영향이 엄마에게서 직접 유전되지 않은 유전자에서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은 유전자조차 엄마가 어떤 환경을 만들어 주는지에 따라 자녀 비만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리암 라이트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다. 연구팀은 2001~2002년생 자녀를 둔 2,621가족의 유전 및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모의 체질량지수(BMI)와 자녀의 성장 과정을 비교 분석했다. 특히 부모의 유전자 중 자녀에게 전달되지 않은 부분이 아이들의 체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주목했다.

그 결과, 엄마와 아빠 모두의 BMI는 자녀의 BMI와 일정 부분 연관이 있었다. 이는 유전적으로 비만 위험이 전달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자녀에게 전달되지 않은 유전자의 경우, 아빠의 유전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엄마의 유전자는 자녀의 BMI에 꽤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영향력이 직접 유전 효과의 약 25~50% 수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엄마의 유전자가 자녀에게 유전되지 않았음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이를 ‘유전적 양육(genetic nurture)’이라 설명한다. 이는 부모의 유전자가 자녀에게 유전되지 않더라도, 부모 본인의 행동이나 양육 방식에 영향을 주고, 그로 인해 자녀의 성장 환경이 바뀌면서 결과적으로 자녀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엄마가 유전적으로 특정 식습관을 갖고 있다면, 이러한 특성이 자녀에게는 유전되지 않았더라도 가정 내 식생활이나 생활습관을 통해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엄마의 유전자는 자녀의 식습관, 활동량, BMI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에 지속적 영향을 미쳤다.

라이트 박사는 “이 연구는 엄마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가족이 자녀의 장기적인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입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임신 중 엄마의 체중 관리나 건강한 식습관을 통해 세대 간 비만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산모의 체중 관리와 영양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태아기의 환경, 엄마의 체중과 건강상태가 자녀의 향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태내 환경이 평생 건강을 결정짓는다'는 DOHaD(Developmental Origins of Health and Disease) 이론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연구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엄마의 유전적 양육 효과가 자녀의 나이가 들수록 더 커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자녀가 3세부터 17세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식습관과 BMI를 추적했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 유전자의 간접 영향이 더 뚜렷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아이들이 성장하며 독립적으로 식습관을 형성할 때,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 형성된 식문화와 환경이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