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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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최승진 기자] 복숭아가 여름 과일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희귀 품종을 둘러싼 ‘복켓팅(복숭아+티켓팅)’ 열풍이 전국을 휩쓸면서, 마치 인기 가수 콘서트 티켓 예매를 방불케 하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알람을 켜놓고 판매 공지가 뜨자마자 접속해도 1분도 안 돼 품절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유명 농원의 판매 게시글에는 몇 분 만에 댓글 수백 개가 달린다.

SNS에서는 복숭아 인증샷과 구매 후기가 끊이지 않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판매 정보와 품종 리뷰를 공유하는 이들이 몰린다. 농가 역시 인스타그램, 네이버밴드 등을 활용해 품종 소개와 판매 일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인기를 이끄는 주역은 단연 ‘납작복숭아’와 ‘신비복숭아’다. 납작복숭아는 중국 원산의 반도 품종으로, 도넛처럼 눌린 형태와 아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거반도’가 대표 품종이며 대극천 역시 비슷한 외형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재배가 까다롭고 수확량이 적어 귀한 대접을 받는다.

신비복숭아는 겉모양은 천도복숭아지만 속살은 부드러운 백도에 가까워 달콤하고 산미가 거의 없다. 1년에 2~3주만 생산되는 한정판으로 출하 시기만 되면 사전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일부 친환경 마트에서는 신비복숭아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뛰었고 사전 예약 판매율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인기는 단순한 맛뿐 아니라 ‘희소성’에서 비롯된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진열대에 놓인 일반 복숭아보다 SNS에서 화제가 된 희귀 품종을 직접 찾아 구매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낀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매하듯 원하는 시기와 품종에 맞춰 구매 계획을 세우고 ‘성공 인증’을 올리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됐다. MZ세대 소비자들은 특히 이런 발견과 인증 과정을 즐기며 맛뿐 아니라 스토리까지 소비한다.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국산 개복숭아를 활용한 ‘진로토닉 와일드피치’를 선보였고, 롯데칠성음료는 복숭아와 패션후르츠를 결합한 ‘핫식스더킹 크러쉬 피치’를 출시했다. SPC 파리바게뜨는 납작복숭아 잼을 넣은 롤케이크를, 폴 바셋은 납작복숭아 에이드를 선보였다. 샘표의 ‘순작 납작복숭아차’는 지난해 품절 사태를 빚은 데 이어 올해도 SNS에서 ‘모디슈머’ 레시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복숭아 가격 상승도 열기를 꺾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복숭아 10개 소매가격은 2만2426원으로 전년 대비 32.7% 올랐다. 냉해와 폭염으로 생산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수요는 오히려 늘어 일부 온라인 직거래 복숭아는 한 상자에 4만 원을 웃돈다. 농가들은 유통업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품질을 유지하고 수익을 높이고 있으며 온라인 직거래 물량이 전체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곳도 있다.

대형마트 역시 차별화된 품종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마트는 그린황도, 신비복숭아 등 이색 품종을 단기간 판매해 매출을 전년 대비 8% 늘렸고, 홈플러스는 대극천복숭아 판매로 복숭아 매출을 전주 대비 11% 끌어올렸다. 컬리는 국내 대표 백도 품종 6가지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복숭아 취향 찾기 샘플러’를 선보였다. 홈플러스의 경우 신비복숭아, 그린황도 등 한정 품종을 출하 시기에 맞춰 조기 선보인 결과 매출이 최대 343%까지 급증했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여름철 대용량 수박을 대체할 과일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SNS와 온라인 직거래가 맞물리면서 복숭아 시장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복숭아가 일부 대형마트에서 수박을 제치고 과일 매출 1위를 차지하는 ‘이변’도 있었다. 올여름 역시 ‘복켓팅’ 열풍은 계속되고 있으며 복숭아는 손에 넣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프리미엄 과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