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24절기 중 하나인 처서는 예로부터 더위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올해는 처서가 지나도 무더위가 한풀 꺾이지 않고 있다. 낮에는 여전히 35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고 밤에도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절기와 실제 날씨의 괴리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기상청은 최근 예보에서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한반도 전역을 덮고 있어 고온다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고기압의 영향으로 구름 양이 줄고 일사량이 많아지면서 기온이 쉽게 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동해와 서해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게 유지돼 대기 불안정이 심화되고 폭염이 장기화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일시적 기후 변동이 아니라 장기적인 지구온난화 추세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절기만으로 날씨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과 대기 순환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전통적 경험 법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태양 복사량은 줄고 있지만 열을 붙잡는 온실가스가 증가하면서 대기와 해양이 쉽게 식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 대륙의 폭염 패턴은 서유럽과 북미 지역의 이상 고온과도 연결돼 있어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처서인데 왜 여전히 에어컨을 켜야 하느냐”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처서 매직은 옛말이 됐다”는 자조적인 반응도 이어졌다.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이 짧아진 현실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기상청 자료를 보면 최근 30년간 8월 하순 평균 기온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열대야 발생 일수 역시 과거보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현장의 목소리도 절기의 변화를 실감하지 못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농촌 지역에서는 벼 출수기와 열매 성숙기에도 폭염이 이어져 수확량 감소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며 도시 거주민들은 전력 사용량 급증과 전기요금 부담을 호소한다. 의료계에서는 폭염이 장기화될수록 온열질환자 발생이 늘고 있으며 특히 노인과 어린이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처서 이후에도 더위가 물러가지 않는 상황은 단순히 이상 기후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로 자리 잡았다. 기후 변화로 절기적 예측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만큼 정책 당국은 폭염 대응 체계를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민들은 여전히 절기에 맞춰 계절 변화를 기대하지만 실제 체감은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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