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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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국민의 노후 생활을 지탱하는 연금 자금이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본격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정부가 연기금의 투자 패러다임을 바꾸어 안정적 자산에 집중돼 있던 기존 운용 방식을 넘어 혁신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새로운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성장동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연기금을 활용해 모험자본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통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주요 연기금을 ‘모태펀드’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조성하는 정책 자금으로 창업·벤처·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정부는 연기금이 일정 부분을 출자하면 민간 자금까지 끌어들여 AI,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성장 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연금 자금은 주로 국채나 회사채, 상장 주식, 부동산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됐다. 노후자금이라는 성격상 원금 보전과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강조돼 왔다. 그러나 저성장 국면이 고착화되고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연금 운용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정책은 그 해법을 벤처·스타트업 투자에서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연기금이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대신 모태펀드에 출자해 간접적으로 자금이 공급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면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기금 자금을 직접적인 고위험 자산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운용사가 관리하는 펀드를 통해 투명하게 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벤처 투자 시장에 상당한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고금리와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인해 국내 스타트업 자금 조달 환경은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AI,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같은 분야는 초기 투자가 없으면 시장 진입조차 어려워, 모험자본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다. 연금 자금이 유입되면 대규모 투자가 가능해져 관련 산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려도 적지 않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성격상 안전하게 운용해야 하는 연금이 고위험 자산에 노출될 경우 수익 변동성에 따른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연금 재정 안정성도 위태로운 상황에서 벤처 투자까지 확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 투자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성과와 위험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관리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연금 자금의 벤처 투자 활용은 아직 초기 검토 단계지만 기재부와 금융위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범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계 부처는 향후 연기금과 민간 투자자, 벤처 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