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수에즈보다 7000㎞ 짧다…배송비는 아직 변수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한국 첫 북극항로 왕복 성공에 세계 주목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한국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을 왕복하며 국내 첫 기록을 세웠다. 지난 8월 22일 부산항을 출발한 선박은 영국 펠릭스토우,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거쳐 10월 11일 부산항으로 돌아왔다. 실제 수출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북극해를 통과해 왕복한 첫 사례다.

이번 항해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거리와 시간이다. 부산항에서 로테르담까지 북동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3000㎞로,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기존 항로의 약 2만㎞보다 7000㎞ 짧다. 해양수산부 자료와 관련 분석에서는 운항기간도 기존 항로보다 약 10일 줄어드는 것으로 제시됐다.

짧아진 항로가 곧바로 싼 배송이 되지는 않는다

항로가 짧아지면 선박이 운항하는 기간과 연료 사용량을 줄일 여지가 생긴다. 유럽으로 향하는 자동차 부품이나 화학제품처럼 운송시간에 민감한 화물은 재고를 묶어두는 기간이 줄어 공급망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중동 분쟁이나 수에즈운하 통항 차질이 생겼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보조 항로가 늘어난다는 의미도 있다.

다만 이번 왕복 성공만으로 해상운임이나 택배비가 곧바로 내려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극항로는 쇄빙선 지원과 내빙 선박, 극지 운항 경험, 추가 보험 등 별도 비용이 필요하다. 얼음과 기상에 따라 운항 시기가 제한되고, 러시아 연안 통과와 국제 정세에 따른 행정·금융 변수도 남아 있어 정부는 운항거리뿐 아니라 연료 소모량과 실제 운항비를 따로 분석할 계획이다.

부산항은 환적과 항만 서비스 경쟁에 들어간다

정기항로가 자리 잡으면 변화의 중심은 소비자보다 항만과 기업에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부산항은 한국 화물을 싣고 내리는 항구를 넘어 북극항로를 오가는 선박의 출발·환적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부산항을 컨테이너 물류 거점으로, 울산항을 에너지 물류 거점으로 육성하고 극지 해기사와 쇄빙 컨테이너선 기술도 준비하고 있다.

항만 경쟁도 달라질 수 있다. 선박이 부산에서 화물을 모아 유럽으로 보내는 구조가 커지면 환적 물동량과 선박 정비, 연료 공급, 보험·금융 같은 주변 산업이 부산과 동남권에 모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북극항로를 활용하려는 중국·일본 항만과의 경쟁이 커지고, 실제 물동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시범운항에 그칠 수 있다.

소비자가 체감할 변화는 정기항로 이후다

현재 소비자가 온라인 주문에서 북극항로를 선택하거나 배송일을 직접 줄일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정기항로가 운영되고 운송비 절감이 해상운임과 수입 원가에 반영돼야 유럽산 자동차·부품·공산품의 조달기간, 재고 부담, 일부 가격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최종 가격은 환율과 유가, 관세, 내륙 운송비까지 함께 결정한다.

정부는 이번 시범운항 데이터를 바탕으로 후속 운항과 상업 운항을 준비하고 2030년 정기항로 개설을 추진한다. 실제 경제성은 북극의 운항 가능 기간, 쇄빙 지원 비용, 국제 정세, 화물 확보 여부를 추가로 확인한 뒤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