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고용량 엔터프라이즈 SSD
사진=TrendForce NAND Flash Wafer Contract Price October 2026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샌디스크의 2027회계연도 1분기 영업이익이 87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억7600만달러에서 약 50배 늘어난 수치다. 매출은 110억31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378% 증가했다.

실적을 끌어올린 중심에는 AI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가 있다. 샌디스크의 데이터센터 매출은 48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685% 늘었고, 제품 판매량과 기가바이트당 매출이 함께 증가했다. 회사는 AI 추론 과정에서 모델이 참고할 문맥과 검색 데이터를 저장하는 SSD 수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AI 서버가 NAND 공급을 먼저 가져가는 구조다

AI 서버는 학습뿐 아니라 추론 단계에서도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저장해야 한다. 고대역폭메모리와 D램이 가장 빠른 연산을 담당한다면, NAND 기반 SSD는 대용량 데이터와 검색용 데이터베이스를 맡는 구조다. 샌디스크는 SSD를 활용한 시스템이 휘발성 메모리만 사용하는 시스템보다 토큰 처리량은 약 3배 높고 에너지는 약 75% 적게 쓸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 때문에 공급업체가 생산 물량을 데이터센터에 우선 배정하면 일반 소비자용 SSD에 돌아가는 물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샌디스크의 소비자 사업 매출은 3억97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9% 감소했으며, 회사는 높은 가격에 시장이 적응하는 과정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SSD 가격은 급등보다 할인 축소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AI 서버 수요가 커졌다고 소비자용 SSD 가격이 즉시 같은 폭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0월 NAND 플래시 웨이퍼 계약가격이 TLC·QLC·MLC 모두 전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수요가 약하고 모듈 업체의 구매가 줄면서 가격 상승세가 고점에서 멈췄다는 설명이다.

현재 소비자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큰 변화는 모든 제품의 일괄 인상보다 특가 행사와 대용량 제품 할인 폭의 축소다.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SSD에 공급이 우선 배정되면 제조사와 유통업체가 소비자용 재고를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전체 NAND 가격이 전 분기보다 15~20% 오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는 시장 전망치이며 소매가격을 보장하는 수치는 아니다.

PC나 노트북을 새로 살 때는 저장장치 용량이 가격에 반영된다. 같은 모델이라도 512GB 대신 1TB 또는 2TB SSD를 선택하면 부품 원가와 판매가가 함께 올라갈 수 있고, 직접 업그레이드하는 경우에는 SSD 가격 변동을 바로 부담하게 된다. 다만 완제품 가격은 프로세서·메모리·환율·유통 재고가 함께 결정하므로 NAND 가격만으로 전체 가격 상승 폭을 계산하기는 어렵다.

샌디스크는 2027년 데이터센터가 전체 NAND 시장의 55% 이상을 차지하고, 데이터센터 비트 수요가 2026년 두 배 이상 증가한 뒤 2027년에도 약 40%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10월 말 기준 소비자 시장은 수요 약세와 높은 가격에 따른 구매 지연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는 AI 서버용 고용량 SSD와 일반 PC용 SSD의 가격 흐름이 더 크게 갈릴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