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과징금 186억6400만원 확정…삼성 부품 선택권 제한 판단
이미지=AI 생성 자료 이미지(실제 촬영 사진 아님)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대법원이 11월 2일 브로드컴과 관련 회사들이 삼성전자에 스마트기기 부품 장기구매계약을 요구한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186억6400만원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부품 공급중단 등을 압박 수단으로 사용한 행위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한 불이익 제공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봤다.

새로 확정된 것은 2023년 공정위 처분의 재안내가 아니라 취소 소송의 최종 결론이다. 대법원은 2026년 10월 27일 선고한 사건에서 브로드컴 측 상고를 기각했고, 판례 요지를 11월 2일 공개했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회사 측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품을 바꾸기 어려운 거래 구조가 쟁점이었다

사건의 핵심은 삼성전자처럼 규모가 큰 제조사도 특정 부품 공급업체와의 거래에서 실질적인 선택권을 갖지 못할 수 있느냐였다. 대법원 판례 요지는 거래상 지위를 판단할 때 사업 규모만 볼 게 아니라 시장 상황과 거래 대상의 특성, 거래관계의 사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심은 브로드컴 부품을 다른 제품으로 바꾸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 등을 근거로 거래상 지위를 인정했다. 제조 과정에서 부품이 제품 설계와 생산 일정에 맞물리면 공급이 끊긴 뒤 대체품을 골라 곧바로 투입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이런 대체의 어려움을 고려한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최소 구매액과 미달액 배상이 선택을 묶었다

공정위 처분의 배경이 된 계약은 일정 규모의 부품을 구매하고, 약정 금액에 못 미치면 차액을 배상하도록 한 장기 약정이었다. 대법원은 최소구매와 차액배상 조건이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한 거래조건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 공급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계약 체결을 압박한 사정도 행위의 부당성을 뒷받침했다.

판결은 특정 부품을 사는 개별 회사의 계약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제조사가 다른 공급업체의 부품을 검토하거나 채택할 여지가 줄면 부품업체 사이의 경쟁 기회도 제한될 수 있다. 대법원은 위 약정에 따라 구매한 부품의 매출액을 과징금 산정의 관련 매출액에 포함할 수 있다는 원심 판단도 유지했다.

소비자에게 이번 판결이 스마트폰 가격 인하나 공급 확대를 곧바로 뜻하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직접 다룬 것은 공급중단 압박과 불리한 계약조건의 위법성이다. 다만 부품 공급이 특정 업체에 쏠리고 대체가 어려워지면 제조사의 조달 선택이 좁아져 제품 생산과 경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했다. 실제 제품 가격이나 출시 일정에 미친 영향은 이번 판결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 판결로 브로드컴 측의 취소 소송은 마무리됐다. 이번 사건은 스마트폰 부품처럼 설계와 생산에 깊이 연결된 품목에서 공급업체의 거래상 지위와 계약 조건을 판단할 때 대체 가능성과 공급중단 압박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기준을 남겼다.